2013년 6월 28일 금요일

단상..

일본 음악감독과 음악 프로듀서가 와서 에로물에 준하는 영화의 믹스과정에 들어왔다. 난 이 영화가 에로물에 준하는 거라 그냥 시큰둥한 상태였는데 이 사람들은 대단히 열정적이다. 다른 저예산 영화의 음악하는 사람들은 미디로 찍어온 음악들 갖고 오는데 이 사람들은 밴드연주를 자기들이 직접하고 거기에 얼터네이트 테이크까지 갖고 와선 대보고 이야기해선 바꿀 게 있으면 바로 바꿔주는 등 3일을 머물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갔다.

일본에서는 당당한 장르로 인정받는 핑크무비로 생각한다거나 또는,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므로 자신들은 자기들에게 할당된 부분에 대해선 최선을 다한다는 마인드인 것으로 생각되는데..나이는 나보다 열살 많은 냥반들이, 우리 세대도 그 즈음되면 이전의 아버지 세대랑은 다른 모습의 아저씨 모양이 되긴 할 거 같지만, 여튼 그닥 나이차를 느끼지는 못했고..(대표님이랑 동갑이라는데 대표님은 완전 준할아버지 꼰대 말중년..)

성경에,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였으니 큰 일을 맡기겠다는 뭐 그런 부분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 면에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자, 이제 내 생각을 해보자.

나도 누가 옆에서 너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니?라는 식의 말을 할 때에도 꽂혀있는 게 있었던 터라 신경쓰지 않았고, 다만 이거 재밌네 히히히 하면서 여적 지내오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지겨워지고 계속 한다고 달라지는 거 같지도 않고, 계속 하면 앞으로는 어찌될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여간 그래서 염증을 느끼고 있던 참인데, 이 사람들을 보니 들어오는 일이야 어쩔 수 없고 그냥 열심히하는 거지 뭐 이런 게 맞는 거긴 하군 하지만..

현재 우리 나라의 실무 업계의 상태는 일한 놈은 뼈만 삭고, 그걸로 여기저기 팔아먹는 놈들만 호의호식하면서, 시스템은 계속 저가 경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비전만 놓고 보면 이전처럼 나만 좋다고 계속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어쩐다..

2013년 6월 24일 월요일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간만에 씨네큐브에서 봤습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닌데요, 주로 노동자, 사회의 기저계급들에 관한 영화들을 만들어 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좋지요.

그런 감독의 코미디 영화라니..사실 보시면 아시지만 코미디를 표방하는 건 아니고, 그냥 웃을 수 밖에 없는 인물들과 상황과 예측가능한 해결이 나옵니다. 이야기를 복잡하게 꼰 것은 아니고, 상당히 직선적이에요.

사운드는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만, 나쁘지도 않습니다. 음악도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만 필요한 부분에 깔끔하게 잘 들어갔어요. 카메라 움직임이나 편집에 군더더기가 없고, 리듬이 상당히 좋습니다. 넣겠다고 맘 먹으면 음악이 들어갈 자리들이 많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도록 살짝 모자른 듯이 들어간 것이 연기에 몰입해서 보시기도 좋고, 조금 늘어진다 싶을 때 음악 나와서 훅훅 지나가고 좋아요.


2013년 6월 23일 일요일

월드워Z..

뒤에 붙은 z가 좀비의 z이겠거니 생각하는데 혹 다른 의미가 있으려나요..ㅎ
원작소설이 있다는데 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영화자체는 꽤 재밌습니다. 지난 번에 봤던 맨오브스틸이 싸우는 장면들을 계속 나열하면서 큰 소리들을 쉴 새 없이 배치해서 보다가 좀 지치는 감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이 영화는 몰아쳤다가 멈췄다가, 정적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들로 분위기를 잡는다던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포커스를 이동시키는 동안 소리들을 절제하는 것이 잘되어서 보는데 편하기도 하고 몰입도 잘되고 긴장감 유발효과도 좋습니다.

음악에 대해선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냥 무난했던 걸로 생각되네요.

만듦새 자체로만 놓고보면 이번 여름에 여지껏 나온 블록버스터 중에서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좀비들이 소리에 반응한다는 설정인데, 이스라엘 성벽 안에서 기쁨의 노래를 부를 때 그 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나가서 좀비들을 자극해서 몰려드는 부분은 영화사운드 자체에 대해서는 일차원적이지만 사운드를 내러티브에 적극 활용하는 예로 연출하는 분들이 기억해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개는 드러나는 이런 경우보다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소리, 더 신선한 소리를 넣을까, 감상을 방해하지 않고 이야기 흐름을 살리는 믹스를 할까,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작업자들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합니다. 이게 영화사운드의 핵심이긴 합니다만..

노을공원..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덥습니다. 다만 습하다거나 건물마저 달아올랐다거나 그렇지 않아서 그늘이나 아침저녁은 아직 괜찮습니다만..

홍대에서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니 시간이 애매해서 상암동 메타세콰이어 길로 해서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을 돌아봤습니다. 노을공원은 처음 가본 건데 휴일엔 모르겠지만 평일엔 옆 하늘공원에 비해서 사람도 없고 아주 한적합니다. 물론, 캠핑장 쪽에 가면 애 어른 노인 젊은이 좀 있습니다..ㅎㅎ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맨 오브 스틸

다른 남자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찌만 저도 슈퍼맨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배트맨 아이언맨처럼 자본주의적인 영웅들과는 달리 태생부터 다른 슈퍼맨은 그냥 '닿을 수 없어서 좋은' 영웅이거든요. 어렸을 적에 보자기 뒤집어 쓰고 담벼락에서 뛰어내려서 머리에 피나고 그런 경험들 사내애들이라면 많이 있지 않을까요. ㅎ

이전 '슈퍼맨 리턴즈'도 저는 참 재밌게 봤습니다. 특히나 그 시작할 때 예전 어렸을 적 슈퍼맨의 주제음악을 다시 사용해서 시작하는 부분엔 환호하며 박수를 쳤는데, 그 때 극장에서 그런 사람은 저밖에 없어서 머쓱했지요. (직전에 스타워즈가 리마스터되어서 개봉했을 땐 스타워즈 음악 시작하니 사람들 막 박수치던데 왜 슈퍼맨은 안그런 건지..ㅎ)

이번 슈퍼맨은 좀 다릅니다. 마냥 영웅적이고 그랬던 히어로물들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 이후로 현실감을 강조하며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드러내는 경향들을 보이는데, 이번 슈퍼맨도 그렇습니다. 근데 전 그냥 막 착하고 막 순한 듯하지만 자신의 힘을 좋은 쪽으로 고민없이 사용하는 슈퍼맨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번 슈퍼맨에서 자기 양어머니를 괴롭히는 조든 군의 부사령관과 싸우는 부분이 좋더라구요. ㅎ 너무 전세계적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작년인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된 고등학생들이 동네에서 벌이는 소동극인 '크로니클'이라는 영화가 있있는데, 이번 슈퍼맨은 크로니클에 돈 좀 발라서 그래픽과 주연배우들을 끌어올린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뭐 그렇다구요.)

음악은 그 유명한 한스 짐머가 맡았습니다. 특유의 음향적이면서 웅장한 음악, 치고 빠지는 타이밍의 적절함, 등이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메인 테마를 서정적인 피아노로 잡은 것도 탁월했다고 보구요. 근데, 지난 존 윌리엄스의 테마가 저 개인적으론 더 좋아요. 짐머의 슈퍼맨은 배트맨과 인셉션을 자꾸 떠올리게 되거든요.

사운드는 제 생각엔 외계인의 가공할 만한 파워를 가진 싸움을 의식했는지 너무 자세하고 과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절제를 꼭 해야하는 건 아닙니다만 터지는 지점들을 위해서 아꼈다가 사용하는 방식이 나쁠 건 없거든요. 중간 이후로는 계속 펑펑 터지니깐 뒤에 가서 힘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개별 사운드 디자인 중에 중력장을 이용한 테라포밍 부분의 사운드는 좀 아쉬웠어요. 충전과 공격의 규칙적인 반복인데 그 소리가 나올 때의 그림과 매칭이 된다기보다는 그냥 가까이서만 들려서..하도 소리가 많아놓으니 그랬을 수밖엔 없겠지 합니다만..(보시면 아십니다.)


비포 미드나잇

본 지는 일주일쯤 지났지만 기록차원에서 남깁니다. 

비포 시리즈가 드디어 중년으로 들어왔네요. 전작들도 그렇지만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비슷한 연배의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영화에요. 

일반적으론, 대단한 직업이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과 그에 관계되는 상념들을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재미가 있지는 않지요. 그런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써서 가지고 가봐야 퇴짜맞기 십상이고, 좀더 드라마틱한 소재와 이야기를 찾고 구성도 쇼킹하게 해서 극장에 걸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과 궁극적으론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하는 게 영화만드는 사람들의 기본 자세랄까 그런 건데,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선 많이 옆으로 벗어나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생활에 대한 주관적인 상념들은 저한테는 꽤 자극이 되더군요. 그냥 '살아져서 살고있는' 요즈음의 저한테는 특히나요..

상대적으로 저예산이고 영화 사운드나 음악적으로 이야기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만..

에브리데이..

압구정 무비꼴라쥬에서 봤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사전정보는 없었고, 그냥 감독과 음악감독을 보고 봤지요.

심플하게, 남편이 감옥에 있는 수 년동안 아이들과 생활하는 어머니와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연출적으로 이렇다할 감정을 드러낼만한 이벤트는 그리 많지 않고,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하게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다큐처럼 풀사이즈로만 가는 것은 아니고 카메라가 상당히 가깝게 들어가서, 3자의 시선으로 막연히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마치 말없는 가족 중의 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리감을 가지게 만들어요.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연출씬은 없지만 눈빛이나 표정을 잡아서 보여주는 컷들 몇 개로 충분히 전달을 합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지요.

음악은 미니멀음악을 하는 마이클 니만의 음악 하나를 줄창 반복합니다. 내용이 다큐적인 내용임에 반해서 음악이 들어가고 빠지는 부분들의 인서트들은 풍경이 참 예뻐요. 우중충한 영국 시골의 날씨가 저런 거구나, 왜 이 사람들이 해만 나면 웃통 벗고 옥상에 올라가는지 알겠네하는 생각도 들고요. 

전 영화를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기술과 자본의 집적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환기를 시킨다는 '예술'의 기능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좋은 예술 영화에요. 

2013년 6월 3일 월요일

안산..

시내에 나가서나 지난 번 인왕산에 올랐을 때 건너다 보이던 안산을 올라가 봤습니다. 높지 않고, 약수터 있고 정상의 봉수대에선 서울이 내려다 보이고 좋네요..

오르는 방법은 여러 경로가 있다는데요, 저는 무악재에서 비교적 짧게 바로 올라가는 쪽으로 갔어요..










2013년 6월 2일 일요일

장미..

영화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 찍었습니다.












분노의 질주 : 맥시멈과 스타트랙 다크니스..

우연히 꽂혀서 토요일에 한 시부터 연달아 표를 끊고 봤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니 음악의 특이한 점을 찾아보려한 것은 아니구요, 사운드나 듣고자 했지요. 시간도 좀 보내야 했구요..ㅎㅎ

두 영화 모두 재미면에서는 확실히 잘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도 재밌고, 비쥬얼도 좋구요.

분노의 질주는 자동차 사운드와 충격음들이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잘 들리고 들어갔다 빠졌다 컸다 작았다 리듬도 아주 좋아서 가만 앉아 듣고 있으려니 심장이 쿵덕거립니다.

스타트랙은 사운드가 이전과는 좀 매너가 바뀌었어요. 전편에선 오히려 전투장면에서는 소리를 일부러 죽여서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잘 썼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냥 냅다 들려주고 압도시키려는 방식으로 하더군요.

큰 소리들의 향연인 영화들이었는데, 큰 소리를 계속 크게 들리게 만드는 건 작업자들한테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은 확실이 그런 쪽으로는 도가 튼 것 같습니다.


5월이 갔습니다..

대학로에서 약속이 있어서 날이 좋아 좀 서성이다가 종로에 시장에서 주전부리를 먹으며 이야기하다 왔어요.